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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밖 커뮤니케이션 - 한빛미디어

by 19810721 2024. 9. 29.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하거나 개선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기존의 책이나 영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개발자들의 소통 방법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하고 시작한다. 개발자는 논리적인 사고 방식이기에 그렇다거나 개발자는 늘 프로그래밍 용어를 사용하여 소통하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포장한다. 하지만, 그 수식어를 벗겨내면 결국 개발자와 소통하기 참 어렵다는 말을 돌려서 흉 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많은 밈이나 짤로도 개발자와 소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풍자하거나, '우유 하나 사와, 달걀 있으면 6개 사와'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다.

 

소통은 고통이다는 말을 부수며, 소통은 이렇게 하는거다를 보여 준다.

그런데 !!
코드 밖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책 제목은 선택을 망설일 이유를 찾지 못할 강력한 제목이 아니던가. 이 책의 서두에 이런 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비용 ( 혹은 에너지 ? ) 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나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라'라는 문구가 볼드체로 인쇄되어 있다. 나쁘거나 혹은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져다주는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는 저렴하다는 설명은 보너스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며 놀라웠던 점은 대화 혹은 커뮤니케이션, 문서화나 매뉴얼, 토론이나 협의에 있어 '공자 왈 맹자 왈'하며, 마치 커뮤니케이션을 선과 악 또는 이익과 손해, 진실이나 거짓, 완성과 미완처럼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안티패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는 올바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이점보다 중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아키텍처가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나쁜 아키텍처를 시도해보라.'라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이 책 전체를 통찰하는 내용이다.
흔히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며 마치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에 갇혀, 언어에 속박된 표현으로 소통 방법을 개선하려는 기존의 시도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 숫자 1은 하나다.' 라는 식의 아무 의미없는 대응법은 담겨있지 않다. 100번을 들어도 아무 의미없는 말로 응수하며 세상 모든 그 어떤 질문도 본질은 해결 못하면서도, '하지만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며 도덕 책으로 받아치는 내용으로 담겨 있었다면 이 책의 가치는 나락으로 갔을 터이다.

 

이 책은 예상과는 달리 더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한다. 개발자의 소통법을 기대하였지만, 개발자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나, 아키텍트 관련자, 디자이너, 기획, 데이터 엔지니어 등 우리가 만나야 할 모든 기술과 관련된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개발자 혹은 본인이 상대하는 상대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언어를 넘어 도식화 (그래픽, 도표, 다이어그램) 하여 진행하는 방법, 그 대화를 위한 표현의 일관성과 추상화 레벨을 예시를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많은 책을 리뷰하면서 종종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했지만, 이번 책은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소통에서 답답했던 부분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인들에게 책에서 소개한 다이어그램을 보내며 놀라움을 표현했던 적이 있던가 싶다.
개발자에겐 수월한 표현 방법이 왜 기획자에게는 어려운지, 왜 데이터 표현으로 내용이 다 담겨 있음에도 어려워하는지, 그저 선으로 그어져 있으면 이해되는 내용임에도 더 단순해야 하는지, 혹은 더 디테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분화된 표현 방식과 추상화 레벨 조절에 대한 당위성이 책 내용에 충분히 담겨있다.
복잡한 구성이지만 (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 , 이해하기 어려운 (안티패턴 ) , 다이어그램이라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아주 드라마틱하게 순서대로 보여준다. 답이 아닌 과정을 모두 담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이 혹은 정보를 표현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입장의 모든 관계자들이 어쩌면 모두 살펴보길 바라게 된다.
현대의 개발자는 오로지 코드만이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처, 클라우드 환경, 시스템 또는 요구사항의 잦은 변경에 대응하며 협업을 한다. 그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발생한 많은 데이터와 문서와 지식들이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고 어찌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모두 설명한다. 이 책에서 보여준 방식이 아닌 그저 '말'로 소통하는 '비생산적인 방법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며 살아가야 했다면 인생의 큰 손해라는 생각을 하며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이 책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답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어떤 개발자 단톡방을 보면 수십 번을 스크롤해 올려도 안 봐도 그만인 'ㅋㅋㅋㅋ'가 절반으로 가득차, 가치 없는 '말'로 가득하다. 일차원적인 단순 유치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도 답을 찾는 힘이 절로 생길거라 기대한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주니어 때 만났더라면... 하는 후회와 함께 그럼에도 소개하고 추천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선해진 가을을 맞이하는 밤을 보낸다. 카톡 방에서 'ㅋㅋㅋㅋ'를 구걸하고 주고 받으며 허투루 시간 보내지 말고,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자.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